3일 오전 전교조 조합원 고 서현수씨의 유족이 고인에게 영장을 발부한 영등포 경찰서에 항의방문했다. 고 서현수씨의 유족이 고인의 사진을 보여주고있다.ⓒ 민중의소리
"죽은 사람이 어떻게 경찰서를 가요? 우리 아들 좀 찾아줘요."
경찰이 발부한 소환장을 받아들고 아들 대신 영정을 든 채 영등포경찰서를 찾은 어머니는 끝내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 9월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8일 경찰로부터 소환장을 발부받은 전교조 교사 고 서현수 씨의 어머니 김복희(76) 씨와 형 서현일(50)씨는 3일 오전 영등포경찰서 관계자와 직접 만나 고인을 상대로 소환장을 발부한 이유를 추궁했다. 고 서현수 씨의 동료교사 3명도 경찰서 앞까지 동행했다.
형 서현일 씨는 항의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머니는 경찰관계자에게 항의를 하면서 서러움에 복받쳐 눈물만 흘렸고, 경찰은 행정적 착오였다는 말만 반복하며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서 씨는 "동생이 죽기 전에도 그렇게 괴롭히더니, 결국 죽어서까지 이렇게 비인간적인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면서 "우리는 지금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너무나 괴롭고 슬프다. 동생에게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분한 심정을 토로했다.
3일 오전 전교조 조합원 고 서현수씨의 유족이 고인에게 영장을 발부한 영등포 경찰서에 항의방문했다.ⓒ 민중의소리
가족들에 따르면 고 서현수씨는 지난해 6월 급성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위독한 상태로 강원도 인근에서 요양치료를 받고 있었다. 당시 경찰은 이 사실을 알고도 지속적으로 소환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영등포서 관계자와 면담 후 나온 어머니 김 씨는 울분을 참지 못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으며, '죽은 사람이 어떻게 경찰서를 가느냐. 우리 아들 찾아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통곡했다. 함께 있던 고인의 동료교사들도 김 씨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경기도 광명 소하고등학교에서 고인과 함께 근무했던 교사 유정희 씨는 "경찰이 소환장을 보낸건 너무한 것 아니냐"면서 "어린 나이의 아들을 보낸 유족들도 마음의 상처가 크지만 동료들도 많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경찰서를 나와 경기도 용인 인근의 고인 묘소로 떠났다.
한편 영등포경찰서는 고인에게 소환장을 발부한 사실과 관련, 지난 1일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3일 오전 전교조 조합원 고 서현수씨의 유족이 고인에게 영장을 발부한 영등포 경찰서에 항의방문했다. 고 서현수씨의 어머님이 오열하다 지쳐 쓰러졌다.ⓒ 민중의소리
3일 오전 전교조 조합원 고 서현수씨의 유족이 고인에게 영장을 발부한 영등포 경찰서에 항의방문했다. 고 서현수씨의 유족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