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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10.02.05 <글:나는 살고 싶습니다_김진숙> 짧은 배움으로도 회장님의 안부부터 여쭙는 게 예의겠으나, 다급한 사람의 안부를 먼저 전하는 것도 큰 결례는 아닐 듯 싶어 제 소식을 먼저 전합니다. 보고를 받으셨겠지만 저는 회장님의 정리해고 방침에 맞서 단식을 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이라는 사람입니다. "가장 위험한 징조입니다" 며칠 전 몸무게를 재보니 43kg입디다. 10kg이 넘게 사라졌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다녀가셨습니다. 몸의 변화를 물으시기에 심장을 손아귀 힘 센 사람이 꽉 움켜쥐었다가 놓는 것 같다 했더니 한동안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가 “가장 위험한 징존데요” 하시더군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새벽에 혹은 오밤중에 제 심장을 움켜쥐는 악력 센 손이 꼭 회장님의 손인 것만 같습니다. 저는 그 손아귀 힘을 뿌리칠 기력을 나날이 잃어갑니다.. 더보기
10.01.20 <글:그럼에도 저는 따뜻한 콩국 한 그릇이 너무 먹고 싶습니다._김진숙> 차가 있었다면 당장 차부터 팔았을 겁니다. 땅바닥에 누워보면 세상에 경차는 없습니다. 겉보기 아무리 작은 차라도 반드시 제 무게 이상으로 지구를 울리며 지나갑니다. 오토바이는 이명박보다 더 싫습니다. 적의 동태를 수시로 감시하는 레이다처럼 텐트 안을 1초 간격으로 훑고 지나가는 헤드라이트 불빛들. 한강 철로 위에서 잠을 자본 적은 없지만 그 위로 기차가 지나가면 이럴 거 같습니다. 저 육중하고 폭력적인 소리를 내며 달려드는 탱크 같은 저것들이 어느 순간 내 몸을 짓이기고 골을 빠개고 바퀴에 뇌수를 너덜너덜 매달고 지나갈 거 같은 환상. 아사가 아니라 그걸로 죽지 싶습니다. 로드킬. 나 좋자고 끝도 없이 쏟아내는 문명이란 건 바닥 밖엔 갈 데가 없는 목숨들에겐 살상의 폭력임을 깨우치는 시간들. 86년엔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