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공동사설에서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북한이 11일 마침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공식 제안했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성명이라는 비중 높은 형식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 회담과 비핵화 협상을 동시에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무성 성명은 북한이 한반도의 현재 문제를 어떤 구조로 보고 있는지, 따라서 향후 미국 및 주변국과의 협상을 어떻게 끌고 나가려 하는지에 대한 기본 입장이 압축되어 있다.
■ 한국은 빠져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은 위임에 따라 조선전쟁(6.25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올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정중히 제의한다."
"위임에 따라"라는 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의미다. 또한 회담을 "정중히" 제의한다는 이례적인 표현을 쓴 것은 이날 성명의 무게를 짐작케 해 준다.
우선 눈길을 끄는 부분은 평화협정 회담 제안의 상대국이 "정전협정 당사국들"이라는 것. 자신들과 회담해야 하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뜻인데, 한국을 빼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서 파장을 예고한다.
평화협정은 북미간에 체결해야 한다는 게 북한의 기본 입장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한국도 들어올 수 있다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어 왔다. 대표적으로 2000년 북미 공동코뮈니케에서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4자회담 등 여러 방도들이 있다는 걸 미국과 합의했다. 한국을 평화협정 당사자로 인정한 것이다.
나아가 김정일 위원장은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만나서 하자는데 동의했고, 10.4 정상선언에 포함시켰다. 3자건 4자건 한국이 들어간다.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전에 하는 것이지만 실제 이 선언이 이뤄진다면 이후 평화협정 체결 회담에 한국이 들어가는 걸 북한이 거부할 명분이 약해진다.
그랬던 북한이 다시 "정전협정 당사자국"에 한정해 평화협정 회담을 제안한 의미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 보자면 한국더러 빠지라는 말이다. 한국이 당사자임을 인정한 10.4 선언을 이명박 정부가 무시하고 있으니 평화협정은 북한의 당초 주장대로 북·중·미 3자가 하겠다는 뜻이다.
■ 이명박 정부 정책 바꾸면 들어올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부분의 바로 다음 문장을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은 9.19 공동성명에 지적된 대로 별도로 진행될 수도 있고 그 성격과 의의로 보아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조미회담처럼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는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남·북·미·중 4자를 뜻한다. 한국의 '당사자 자격'은 2000년 북미 공동코뮈니케에서 이미 인정됐지만, 한국이 참여하는 6자회담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따라서 북한 외무성이 이번 성명에서 그 9.19 성명을 언급했다는 건 한국을 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슬쩍 내비친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는 한국을 뺄 것처럼 했다가 뒤에서는 다시 넣을 것처럼 말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 6자회담 전략 등에서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다. 일례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화체제를 먼저 논의하자는 것은 비핵화를 지연시키려는 전술'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남쪽이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평화협정 협상에서 뺄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북한이 한국을 빼자고 해서 실제로 그렇게 되기는 힘들다. 미국과 중국이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 특히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북핵 문제도 풀 수 있다고 보는 오바마 미 행정부가 강하게 설득할 것이다. 남북관계도 풀고 평화협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이명박 정부를 압박할 것이다. 북한이 당사자 문제에 대해 모순된 듯한 말을 하는 건 바로 이걸 노리는 것이다.
평화협정 회담이 "조미회담처럼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며 다른 '옵션'을 제시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이 평화협정을 강조하면 한·미·일은 '혹시 비핵화를 미루기 위한 술수가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그걸 간파한 북한이 '6자회담 테두리 내'라는 지극히 '한·미·일적인 언어'를 그대로 받아서 한·미·일을 설득한 것이다.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 협상과 평화체제 회담을 병행하겠으니 안심하라는 뜻이다."
■ 핵 포기 미루려는 속셈인가?
그렇다면 북한은 정말로 비핵화와 평화협정 회담을 병행하겠다는 것인가? 이러한 의문이 드는 것은 이날 성명의 이 대목 때문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조미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조선반도 비핵화를 빠른 속도로 적극 추동하게 될 것이다."
평화협정을 먼저 체결하고 비핵화를 나중에 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이 평화협정을 내세우는 것은 비핵화의 논점을 흐리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명박 정부의 시각에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평화협정의 개념을 어떻게 잡고 있고 어떤 맥락에서 말하는지를 뜯어보면 정부의 시각이 지나치게 부정적인 쪽으로만 치우쳐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외무성이 평화협정을 주장하는 기본 논리를 밝힌 부분을 보면 이러하다.
"조선반도 비핵화 과정을 다시 궤도 위에 올려세우기 위해서는 핵문제의 기본당사자들인 조미사이의 신뢰를 조성하는데 선차적인 주목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도달한 결론이다.
조미사이에 신뢰를 조성하자면 적대관계의 근원인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협정부터 체결되어야 할 것이다.
당사자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눈 교전상태에서는 언제가도 상대방에 대한 불신을 가실수 없으며 비핵화는커녕 회담자체가 순조롭게 추진될 수 없다. 전쟁과 평화라는 본질적이며 근원적인 문제를 떠난 그 어떤 합의도 지금까지와 같은 좌절과 실패의 운명을 면할 수 없다.
애초에 평화협정은 핵문제와 관계없이 자체의 고유한 필요성으로부터 이미 체되었어야 했다. 조선반도에 일찍이 공고한 평화체제가 수립되었더라면 핵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북한은 평화체제와 평화협정을 구분하면서, 평화협정은 '전쟁상태 종식'이라는 법적 행위이자 '북미 신뢰 조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는 "평화협정이라고 불렀지만 평화선언 같은 잠정적인 개념을 상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북한이 최근 평화협정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 비핵화를 지연시키려는 기만전술로만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군다나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의 최종 목적을 '비핵화를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평화협정 회담을 꺼릴 이유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오히려 정부가 평화협정 문제에 적극성을 띤다면 향후 비핵화를 강하게 요구할 명분을 선취할 수 있고, 선후의 문제도 충분히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 6자회담은?
한편, 북한 외무성은 "제재라는 차별과 불신의 장벽이 제거되면 6자회담 자체도 곧 열리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6자회담을 복귀하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표명된 것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회담이 열리려면 제재가 제거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만으로 유엔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한·미·일의 입장이 완강하기 때문에 6자회담이 열리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밟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향후 북한은 미국 등과의 추가 협상을 통해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정치적 명분을 얻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근본적으로 북한과 미국은 평화체제 회담과 비핵화 협상의 선후를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이슈에 얼마의 무게를 둘 것인지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성명 원문입니다.
김정일 '쌀밥에 고깃국' 발언, 솔직함 뒤에 숨은 계산을 보라
[정세현의 정세토크] 인민생활-평화협정 같은 맥락으로 읽어야(역시 프레시안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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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이게 어제 빅뉴스가 될줄 알았는뎅 ㅋ 완전 세종시 블랙홀에 모두 빨려 들어가는구만 ㅋㅋㅋ
북한은 이날 외무성 성명이라는 비중 높은 형식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 회담과 비핵화 협상을 동시에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무성 성명은 북한이 한반도의 현재 문제를 어떤 구조로 보고 있는지, 따라서 향후 미국 및 주변국과의 협상을 어떻게 끌고 나가려 하는지에 대한 기본 입장이 압축되어 있다.
▲ 북한 <조선중앙TV> 아나운서가 11일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제의하는 북한 외무성 성명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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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빠져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은 위임에 따라 조선전쟁(6.25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올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정중히 제의한다."
"위임에 따라"라는 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의미다. 또한 회담을 "정중히" 제의한다는 이례적인 표현을 쓴 것은 이날 성명의 무게를 짐작케 해 준다.
우선 눈길을 끄는 부분은 평화협정 회담 제안의 상대국이 "정전협정 당사국들"이라는 것. 자신들과 회담해야 하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뜻인데, 한국을 빼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서 파장을 예고한다.
평화협정은 북미간에 체결해야 한다는 게 북한의 기본 입장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한국도 들어올 수 있다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어 왔다. 대표적으로 2000년 북미 공동코뮈니케에서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4자회담 등 여러 방도들이 있다는 걸 미국과 합의했다. 한국을 평화협정 당사자로 인정한 것이다.
나아가 김정일 위원장은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만나서 하자는데 동의했고, 10.4 정상선언에 포함시켰다. 3자건 4자건 한국이 들어간다.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전에 하는 것이지만 실제 이 선언이 이뤄진다면 이후 평화협정 체결 회담에 한국이 들어가는 걸 북한이 거부할 명분이 약해진다.
그랬던 북한이 다시 "정전협정 당사자국"에 한정해 평화협정 회담을 제안한 의미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 보자면 한국더러 빠지라는 말이다. 한국이 당사자임을 인정한 10.4 선언을 이명박 정부가 무시하고 있으니 평화협정은 북한의 당초 주장대로 북·중·미 3자가 하겠다는 뜻이다.
■ 이명박 정부 정책 바꾸면 들어올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부분의 바로 다음 문장을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은 9.19 공동성명에 지적된 대로 별도로 진행될 수도 있고 그 성격과 의의로 보아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조미회담처럼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는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남·북·미·중 4자를 뜻한다. 한국의 '당사자 자격'은 2000년 북미 공동코뮈니케에서 이미 인정됐지만, 한국이 참여하는 6자회담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따라서 북한 외무성이 이번 성명에서 그 9.19 성명을 언급했다는 건 한국을 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슬쩍 내비친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는 한국을 뺄 것처럼 했다가 뒤에서는 다시 넣을 것처럼 말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 6자회담 전략 등에서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다. 일례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화체제를 먼저 논의하자는 것은 비핵화를 지연시키려는 전술'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남쪽이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평화협정 협상에서 뺄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북한이 한국을 빼자고 해서 실제로 그렇게 되기는 힘들다. 미국과 중국이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 특히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북핵 문제도 풀 수 있다고 보는 오바마 미 행정부가 강하게 설득할 것이다. 남북관계도 풀고 평화협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이명박 정부를 압박할 것이다. 북한이 당사자 문제에 대해 모순된 듯한 말을 하는 건 바로 이걸 노리는 것이다.
평화협정 회담이 "조미회담처럼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며 다른 '옵션'을 제시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이 평화협정을 강조하면 한·미·일은 '혹시 비핵화를 미루기 위한 술수가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그걸 간파한 북한이 '6자회담 테두리 내'라는 지극히 '한·미·일적인 언어'를 그대로 받아서 한·미·일을 설득한 것이다.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 협상과 평화체제 회담을 병행하겠으니 안심하라는 뜻이다."
■ 핵 포기 미루려는 속셈인가?
그렇다면 북한은 정말로 비핵화와 평화협정 회담을 병행하겠다는 것인가? 이러한 의문이 드는 것은 이날 성명의 이 대목 때문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조미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조선반도 비핵화를 빠른 속도로 적극 추동하게 될 것이다."
평화협정을 먼저 체결하고 비핵화를 나중에 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이 평화협정을 내세우는 것은 비핵화의 논점을 흐리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명박 정부의 시각에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평화협정의 개념을 어떻게 잡고 있고 어떤 맥락에서 말하는지를 뜯어보면 정부의 시각이 지나치게 부정적인 쪽으로만 치우쳐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외무성이 평화협정을 주장하는 기본 논리를 밝힌 부분을 보면 이러하다.
"조선반도 비핵화 과정을 다시 궤도 위에 올려세우기 위해서는 핵문제의 기본당사자들인 조미사이의 신뢰를 조성하는데 선차적인 주목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도달한 결론이다.
조미사이에 신뢰를 조성하자면 적대관계의 근원인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협정부터 체결되어야 할 것이다.
당사자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눈 교전상태에서는 언제가도 상대방에 대한 불신을 가실수 없으며 비핵화는커녕 회담자체가 순조롭게 추진될 수 없다. 전쟁과 평화라는 본질적이며 근원적인 문제를 떠난 그 어떤 합의도 지금까지와 같은 좌절과 실패의 운명을 면할 수 없다.
애초에 평화협정은 핵문제와 관계없이 자체의 고유한 필요성으로부터 이미 체되었어야 했다. 조선반도에 일찍이 공고한 평화체제가 수립되었더라면 핵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북한은 평화체제와 평화협정을 구분하면서, 평화협정은 '전쟁상태 종식'이라는 법적 행위이자 '북미 신뢰 조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는 "평화협정이라고 불렀지만 평화선언 같은 잠정적인 개념을 상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북한이 최근 평화협정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 비핵화를 지연시키려는 기만전술로만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군다나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의 최종 목적을 '비핵화를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평화협정 회담을 꺼릴 이유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오히려 정부가 평화협정 문제에 적극성을 띤다면 향후 비핵화를 강하게 요구할 명분을 선취할 수 있고, 선후의 문제도 충분히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 6자회담은?
한편, 북한 외무성은 "제재라는 차별과 불신의 장벽이 제거되면 6자회담 자체도 곧 열리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6자회담을 복귀하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표명된 것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회담이 열리려면 제재가 제거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만으로 유엔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한·미·일의 입장이 완강하기 때문에 6자회담이 열리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밟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향후 북한은 미국 등과의 추가 협상을 통해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정치적 명분을 얻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근본적으로 북한과 미국은 평화체제 회담과 비핵화 협상의 선후를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이슈에 얼마의 무게를 둘 것인지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성명 원문입니다.
김정일 '쌀밥에 고깃국' 발언, 솔직함 뒤에 숨은 계산을 보라
[정세현의 정세토크] 인민생활-평화협정 같은 맥락으로 읽어야(역시 프레시안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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