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에 따른 재앙이 시작된 것일까. 아니면 뜨거워진 지구를 식히기 위한 '가이아(지구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스스로 균형상태를 조절한다는 이론)'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일까. 지구촌 곳곳이 기록적인 폭설과 혹한,홍수로 고통받고 있다. 교통이 두절되고 얼어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으며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자 일부 나라에선 전기배급제까지 실시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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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기상이변 악몽의 지구촌‥북반구에 폭설·한파
찬공기 막던 제트기류, 온난화로 세력 약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재앙이 시작된 것일까. 아니면 뜨거워진 지구를 식히기 위한 '가이아(지구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스스로 균형상태를 조절한다는 이론)'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일까. 지구촌 곳곳이 기록적인 폭설과 혹한,홍수로 고통받고 있다. 교통이 두절되고 얼어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으며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자 일부 나라에선 전기배급제까지 실시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빙하기 연상되는 지구촌
최근 한국이 기상관측 100년사 최대의 눈 폭탄을 경험한 것처럼 유럽과 북미대륙,중국도 한파와 폭설로 '대혼란'에 빠졌다. 유럽대륙은 전역이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추위와 폭설로 파리 오를리공항,아일랜드 더블린공항,네덜란드 스키폴공항과 영국 거의 전 공항이 폐쇄되면서 유럽 각지를 잇는 하늘길마저 끊겼다.
특히 영국은 30년 만에 최악의 겨울을 맞아 교통이 마비되고 난방마저 걱정해야 하는 대혼돈 상태에 빠져 있다. 주요 지역이 섭씨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져 전력수요가 예년보다 28%가량 급증,공급이 부족하게 되자 영국 정부는 100여개 주요 사업장에 대한 전력공급을 중단했다.
폭설로 런던 게트위크공항과 브리스톨,엑스터,맨체스터,리버풀공항 등이 폐쇄됐고 간신히 숨통만 터놓고 있는 런던 히스로공항마저 결항과 지연이 빈발하고 있다. 50년 만에 최악의 한파로 스코틀랜드 전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데일리 미러는 "영국 전역이 혹한속 지옥이 돼버렸다"고 전했다.
독일 역시 며칠째 영하 20도 이하의 강추위로 고전하고 있다. 노숙자 등 62명이 동사했으며 폭설로 전국의 교통이 사실상 마비됐다. 도르트문트공항에선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했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선 열차 탈선사고도 발생했다. 주요 농산품 가격은 두 배 가까이 폭등했으며 건설현장도 멈췄다. 프랑스 서부 14개 주도 폭설로 사실상 고립 상태다. 스웨덴 북부 헤마판에선 영하 40.8도로 30여년 만에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
아시아도 혹한의 공포에 빠졌다. 일부 지역이 영하 30도 아래까지 떨어진 중국은 한파로 발전용 석탄수송에 차질이 생기면서 장쑤 후난 등 7개 성에서 제한송전을 시작했다. 산둥성에는 폭설이 쏟아져 도로가 마비됐고 위구르자치주 우루무치공항은 사실상 폐쇄됐다. 베이징에선 최근 59년 만의 폭설로 눈이 33㎝나 쌓인데다 한파까지 불어닥치자 가정 난방용 에너지 확보를 위해 일부 공장들에 폐쇄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미국에도 강풍과 함께 한파가 몰아쳤다. 미네소타주 인터내셔널폴스시는 최근 영하 37도로 30년 만에 최저 기온을 보였다. 아이오와주 애틀랜틱시도 영하 29도의 한파로 1958년 이후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북동부 버몬트주 벌링턴시에선 지난 주말부터 내린 눈이 84㎝나 쌓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중북부 지역은 폭우로 인한 홍수가 밀어닥쳤다. 나폴리 인근 해역은 강풍에 파고가 높아져 선박운항이 정지됐다. 아프리카 케냐에서도 홍수에 휩쓸려 지난 2주 동안 21명이 숨졌다. 호주에서도 열흘 이상 폭우가 계속되면서 지난 4일 뉴사우스웨일스주 등 남동부 지역이 자연재해 지역으로 선포됐다.
◆기상이변 원인은
이 같은 기상이변에 대해 전문가들은 극지방의 찬 공기덩어리를 감싸고 있는 제트기류가 변형되면서 찬 공기덩어리가 유럽과 북미,아시아로 밀려내려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폴라캡(polar cap)'으로 불리는 제트기류는 평소 동서로 흐르면서 저위도 지방으로 내려가려는 북극의 한기를 막아주지만 올해는 힘이 약해 찬공기에 의해 남쪽으로 밀려나면서 군데군데 구멍이 뚫렸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엘니뇨로 인해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들어오면서 수분 공급이 증가,폭설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북쪽 찬공기 세력이 강해진 원인으로 기상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를 꼽고 있다. 제트기류가 약해진 이유가 북극지역 기온이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예년보다 10도가량 높은 영하 20도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시베리아를 포함한 북아시아에 폭설이 내리면서 극지방의 찬 공기덩어리 세력이 강해진 것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꼽힌다. 온난화로 인도양의 수분 증발량이 많아졌고,수증기를 머금은 더운 공기가 북아시아 내륙 깊숙한 곳까지 유입돼 폭설의 원인이 됐다는 얘기다. 이는 다시 북쪽지역 찬기단의 세력 강화로 연쇄작용을 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혹한이 지구의 온도를 일시적으로 낮춰 평형상태로 유지시키려는 지구 자체 자정작용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눈은 대지가 흡수하는 태양에너지를 줄여 지표 근처 대기의 온도를 낮춤으로써 온난화를 막는 지구의 평형유지 장치 중 하나로 꼽힌다. 정준석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눈이 많이 내려 태양광에 대한 반사율이 높아지면 겨울철 기온이 빨리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동아일보] ■ ‘지구는 하나의 생명체’ 가이아 이론 면역체계 발동
지표에 눈 덮이면 햇빛 반사
지구온도 일시적으로 낮춰
온난화 가속땐 빙하기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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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를 막기 위한 지구의 몸부림이 시작됐다.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으로 보자면 아픈 지구가 면역체계를 발동한 셈이다. 국내 상당수 기후학자들은 “최근 한반도, 중국, 유럽을 강타한 폭설과 한파는 지구가 일시적으로 온도를 낮추기 위해 일으킨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증거가 아니라 온난화를 막기 위한 지구의 평형유지 장치라는 것이다.
4일 폭설과 함께 한반도에 찾아온 한파는 북극지방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겨울철 북반구의 찬 공기(시베리아기단)는 대개 시베리아 지역에 머물며 흔히 알려진 삼한사온의 주기로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데 올해는 한반도까지 뒤덮었다. 시베리아기단이 이렇게 맹위를 떨치는 이유는 눈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시베리아대륙을 포함해 몽골 서쪽의 파미르 고원부터 중국 헤이룽장 성에 이르는 북아시아에는 때 이른 폭설이 내렸다.
눈은 온난화를 막는 지구의 평형유지 장치 중 하나다. 지표면이 눈에 덮이면 흰색이 많아져 햇빛을 반사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결국 대지가 흡수하는 태양에너지가 줄어 낮에도 지표 근처의 공기가 더워지지 않는다. 정준석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반사율이 높아지면 겨울철 기온이 빨리 떨어진다”며 “몽골에서 만주에 이르는 지역의 기온은 평년에 비해 9도 정도 낮다”고 말했다.
북아시아의 폭설은 온난화가 없다면 일어나기 힘들다. 북아시아는 바다에서 멀어 눈으로 변하는 수증기가 많이 유입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온도가 올라가면서 북아시아에 대량의 수증기가 유입돼 폭설로 변했다는 것이다. 국립기상연구소 권원태 기후연구과장은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인도양의 수증기를 머금은 더운 공기가 시베리아에서 폭설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고 그로 인해 시베리아기단이 확장되면서 한국도 한파와 폭설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폭설은 일시적인 온난화 방지책이다. 기후학자들에 따르면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지구 전체에 걸친 대규모 방지책이 가동될 수 있다. 바로 백두산 부근인 북위 40도 북쪽 지역이 빙하로 덮이는 빙하기가 발동되는 것이다. 빙하기라고 해서 지구 전체가 얼어붙는 것은 아니다. 적도 부근은 지금보다 더 뜨거워진다. 다만 여름철에도 극지방이 겨울 기온으로 유지돼 빙하 지역이 늘어나고 지구 전체의 평균온도가 내려가게 된다.
안순일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빙하기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다의 순환이 멈추면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평상시에는 적도 지역에서 뜨거워진 바닷물은 극지방으로 이동한다. 극지방에 도착하면 소금기(염분)를 제외한 물의 일부가 얼며 밀도가 높아진다. 무겁고 차가운 물은 해저로 가라앉아 다시 적도로 이동한다.
그런데 극지방의 온도가 올라가면 빙하가 녹아 염분이 거의 없는 담수가 바다로 유입된다. 그러면 위쪽 바닷물의 밀도가 낮아져 가라앉지 않는다. 결국 바다의 순환이 멈추며 극지방으로 유입되는 열이 차단된다. 그래서 고위도 지방에 빙하기가 찾아온다.
문제는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난 지구온난화와 달리 해수 순환이 멈추는 현상은 갑자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양동윤 지표환경변화연구실장은 “1만1500년 전부터 2000년 정도 지속된 작은 빙하기는 북대서양 해수의 순환이 정지된 지 1∼3년 만에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다행히 중위도 지역인 한반도가 얼어붙을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온도차가 심한 극지방과 적도 사이에 일어나는 대규모 에너지 흐름의 여파는 받아야 한다. 바로 홍수, 태풍, 폭설, 가뭄 같은 기상이변이다. 양 실장은 “수증기를 가득 머금은 적도의 따뜻한 공기가 극지방의 찬 공기와 만나 한반도에 폭설을 쏟아 붓는다면 4일의 폭설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