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중산층 부모일수록 자녀가 조기에 학업지향적·경쟁적인 태도를 갖도록 키우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벌에 대한 부모의 체험이 양육 행태로 연결되고 있다는 뜻이다.
신명호 한국도시연구소장은 22일 발표한 서울대 사회복지학 박사학위 논문에서 ‘사회계층에 따른 부모의 양육관행’을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는 ‘고학력·중산층’과 ‘저학력·노동계층’의 부모·학생 29명을 인터뷰해 심층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학력과 직업지위가 높은 중산층 부모들은 ‘강한 학벌주의 가치관’을 갖고 있었다. 자녀가 학업에 집중하도록 △학벌에 대한 일상적 의식화 △조기에 공부습관 들이기 △각종 생활통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엄마·아빠가 너한테 100억원쯤 물려줄 수만 있어도 이렇게 공부하라고 안 할 거다”라거나 “축구와 노래를 좋아하지만 너는 프로선수와 가수가 될 실력은 못된다”며 ‘조기에, 장기계획으로’ 자녀의 학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부를 안 하면 힘들게 살 수밖에 없다”며 계층 하강에 대한 위기의식을 경고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반대로 생계유지가 우선인 ‘저학력·노동계층’ 부모들은 “공부를 잘했으면…”하고 막연한 희망을 품는 경향이 강하고, 학벌 인식·위기의식·교육 열망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내가 못 배워서 뭘 못한다는 생각은 안 했다”거나 “뒤늦게 학원에 보내지만 흉내내는 수준”이라며 자녀에게 학업 성취의 압력을 주는 강도는 약했다. ‘저학력일수록 학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사회통념과 달라, 논문은 이를 ‘학력가치 체험의 역설’이라고 분석했다.
사교육비나 단순 경제력 외에 부모의 학벌체험에 따른 양육관행도 ‘학력 대물림’이 커져가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본 것이다. 신 소장은 “교육 불평등과 계층 간 격차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큰 교육정책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씨 별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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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삼룡은 원조였다. 1940년대 중반 악극단으로 데뷔한 이래 그는 늘 최고였다. 1960년대 티브이 개국과 함께 통용된 코미디언이라는 일반명사는 배삼룡이라는 이름과 동의어였다. 연원을 알수 없는 초등학생들의 개
다리춤, 이주일·심형래로 이어지는 엉뚱한 바보 캐릭터 등은 바로 배삼룡의 것이었다.
23일 오전 2시께, 그는 3년간의 투병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편안히 눈을
감았다. 향년 84세. 그를 괴롭혀 온 것은 흡인성 폐렴. 한국 코미디의 한
세대가 저무는 순간이었다. 그는 2007년 6월 한 행사장에서 쓰러져 입원
했으며 최근 들어 자가호흡을 하고 가끔 말은 했지만 지인들을 알아
보지는 못하는 상태였다.
그는 한국 예능의 전설이었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이르는 시기,
구봉서와 함께 출연한 <웃으면 복이 와요>는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고, 그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배삼룡을 자사의 방송사 프로
그램에 섭외하기 위해 문화방송, 한국방송, 동양방송 등 당시의 방송 3사
관계자들이 문화방송에서 녹화를 마치고 나오는 그를 여의도에서 종로
5가까지 뒤쫓은 일화는 당시 그의 인기를 반영하는 전설로 남아 있다.
또한 그의 바보연기는 연기력을 기반으로 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어 11편
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에게 힘든 시기가 찾아온 것은
1980년대. 그가 경영했던 ‘삼룡사와’ 도산 등 사업 실패와 1980년 신군부
의 방송출연 정지처분(‘저질 코미디’라는 이유로)을 받아 3년간 미국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생활을 접고 복귀해 문화방송 <웃으면 복이 와요>, <웃는 세상 좋은 세상>, 한국방송 <코미디 하이웨이> 등에 출연 하며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근 2007년 6월부터 지병인 흡인성 폐렴으로 서울 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지난해 12월 병원 쪽에서 특실 입원료 등 밀린 진료비 1억3000여만원을 지불하라는 소송을 내면서 그의 사정이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난 달에는 병상에서 후배 코미디언 이용식의도움으로 핸드 프린팅을 남겼다. 코미디언 이용식씨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50년동안 후배 중에 배삼룡의 흉내를 내지 않고 코미디언이 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며 “1975년 신인 코미디언으로 <부부만세>라는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배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서 그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가 방송 전 무대에 미리 올라 넘어질 곳, 춤추는 시선까지 계산하셨던 분”이라며 “그런 코미디언의 등장을 다시 볼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빈소는 아산병원에 차려졌으며, 유족으로는 아들 동진씨, 딸 경주씨와 주영씨가 있다. 발인은 27일 오전.
ㆍ살림살이 누가 나아졌나 ㆍ“서민·빈곤층 혜택” 9% 국민 29% “살림 나빠졌다” ㆍ“친서민 정책 효과 없어”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살림살이가 나아진 게 없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살림살이가 좋아졌다는 국민은 10명 중 1명에 불과했고, 정부 경제정책의 혜택은 대기업·부유층에 돌아갔다는 대답이 10명 중 7명으로 나타나는 등 ‘경기 체감’에 대한 인식이 확연히 갈렸다. 정부가 친서민 정책을 펴고 있다지만, 정작 국민 피부에 와닿지 못하고 정부 정책이 ‘부자감세’ ‘친대기업’ 등 대기업·부유층에 치우친다고 여기는 것이다.
경향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이명박 대통령 취임 2년 여론조사 결과, 정부의 ‘친서민 정책’ 표방에도 불구하고 국민 체감도는 극히 낮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살림살이가 좋아졌다’는 질문에 응답자의 10.5%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매우 좋아졌다’ 1.3%, ‘좋아진 편이다’ 9.2%였다. 반면 부정적 응답은 세 배에 육박하는 28.5%(‘매우 나빠졌다’ 6.1%, ‘나빠진 편이다’ 22.4%)였다. ‘별 차이 없다’는 대답은 61.0%였다. 10명 중 9명이 지난 2년 동안 달라진 게 없거나 팍팍해졌다고 느낀 것이다.
연령별로는 30대가 경제적 타격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었다. 30대에서 살림살이가 좋아졌다는 답변은 5.3%에 불과했고, 나빠졌다는 응답은 35.8%였다. 40대(32.2%)와 50대(32.5%)에서도 나빠졌다는 답변이 평균을 웃돌았다. 가장(家長) 세대에서 사교육비 부담과 실질소득 감소 등의 영향을 받아 살림살이가 악화됐다고 여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에 따른 체감도 대조적이었다. 월수입 401만원 이상 중 13.6%는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월수입 200만원 이하 중 32.1%는 나빠졌다고 대답해 각각 평균치를 넘었다. 부유층은 더 좋아졌다고, 저소득층은 저 나빠졌다고 인식해 ‘경기 체감의 양극화’가 벌어졌다.
이런 흐름은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최대 수혜 계층(부문)을 꼽는 조사에서 확연해졌다. 대기업(38.9%)과 부유층(33.9%)이 경제정책의 혜택을 봤다는 인식이 응답자의 72.8%였다. 중소기업(5.7%), 일반 서민층(5.6%), 중산층(5.4%), 빈민층(3.7%)이라는 의견은 미미했다. 모름·무응답은 6.8%였다. 대기업·부유층을 꼽은 응답자는 화이트칼라(90.3%)·자영업(75.3%), 대학 재학 이상 고학력층(78.5%), 30대(83.2%)·40대(76.9%) 청·장년층 등에서 많았다. 특히 고소득층(78.5%)에서도 대기업·부유층이 혜택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KSOI 윤희웅 정치·사회조사팀장은 “살림살이가 악화됐다, 대기업·부유층만 경제적 혜택을 보고 있다는 인식이 많은 것은 현 정부의 친서민 정책이 국민이 체감할 만큼 효과를 못내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