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기사 보고 경악… 왜곡이고 모독” ㆍ우희종 교수 “촛불 덕에 그나마 안전해져… 정반대 보도 ㆍ”한채민 양 “꼭두각시처럼 따라 읽는 멍청한 사람 아니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조선일보의 ‘촛불 그 후 2년’ 기획기사에 등장한 2년 전 촛불집회의 주역들은 “진의가 왜곡됐다” “짜깁기다”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 사과와 재협상까지 이끈 2년 전의 촛불은 귀 막고 일방적으로 가는 국정독주에 대한 총체적 저항이었다”며 “지금도 배후와 괴담으로 모는 보수진영의 시각은 촛불을 든 수백만 민초들에 대한 왜곡이고 모독”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10일자 “언제 광우병 괴담 맞다고 했나” 제하의 인터뷰 기사에 등장한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한마디로 ‘당했다’는 입장이다. 우 교수는 11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의학전문기자에게서 전화 인터뷰 요청이 왔기에 그래도 전문성을 인정해 요청에 응했다. 하지만 그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인터뷰에서는 ‘시민들이 2년 전 촛불로 저항했기 때문에 졸속협상이 재논의됐고 그 결과 비교적 안전해졌다’고 말했지만 실제 기사에서는 이런 의도나 맥락과는 정반대로 발언이 부분 발췌되고 짜깁기됐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에도 출연, “해당 기자에게 그렇게 발췌해서 반대로 쓴 것을 항의하니까 본인도 난감하다는 문자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어 “촛불 덕택으로 재논의가 돼 현재 수입조건은 초기조건에 비해서 비교적 안전하지만, 그 당시 재논의 때도 국민들이 미국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 인식이 바뀌면 언제고 초기조건으로 간다라는 단서였다”면서 “정부의 졸속협상조건은 현재 국제적으로나 과학적으로는 안전성이 확보돼 있지 않기 때문에 (초기조건으로 돌아간다면) 지금이라도 또다시 반대의 목소리를 낼 거고, 촛불을 들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소녀’ 한채민양(19)에 대한 조선일보의 인터뷰 기사 “무대에서 읽은 편지는 모두 시민단체가 써준 것”에 대해서도 왜곡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한양은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기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제 의견과 다른 발언을 제시할 때 꼭두각시처럼 따라 읽을 만큼 자존심 없고 멍청한 사람이 절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괴담에 의해) 후대에 위험요소를 1%도 남겨주기 싫어서 촛불을 들었고, 정부의 태도에 화가 나 촛불을 들었다”면서 “옳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망설임 없이 다시 촛불을 들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10일자 1면에 등장해 당시 시위의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나온 전창열 전 서울대 총학생회장도 경향신문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심하다고 생각한다. 면목 없다. 저렇게 이야기한 적이…”라고 밝혔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2008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일개 언론의 억지스러운 기사에 대해 대통령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반성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유치함마저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촛불은 권력의 정보독점에 대한 종언을 알리는 계기였으며 당시 정부도 사과하고 협상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어 성과도 분명했다”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국미사나 4대강에 대한 저항을 보며 2010년의 촛불과 같다는 생각이 들고 6월 지방선거에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이나 촛불과 광장을 경험한 세대들이 분명한 자기 표현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