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로 정상적인 정치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여야 관계는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균열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국론 분열 위기 상황에서도 정운찬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여론전’은 계속되고 있다.
끝이 언제인지도 알 수가 없다. 충청민심이 ‘세종시 수정안’에 손을 들어줄 때까지 계속된다면 한국 정치 불안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가 5개월도 남지 않았다. 주요 정당은 지방선거 준비에 한창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권 중간평가 성격을 담고 있다. 선거결과에 따라 이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으로 갈 수도 있고, 집권 후반기 안정적 국정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다.
‘노무현 정신’ 계승을 내세운 국민참여당이 지난 17일 창당했다. 참여당 출범은 지방선거의 변수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복잡 미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음은 18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여권 막가는 여론전>
국민일보 <장기 여론전으로 '박근혜 장벽' 넘기>
동아일보 <시차 이용 SAT 부정행위 첫 적발 태국서 문제 빼내 미 유학생 전달> 서울신문 <친이 19%.친박 29% "절충안 찬성">
세계일보 <고용 없는 성장…최악 취업한파>
조선일보 <115만 외국인들에겐 인터넷 쇼핑은 '그림의 떡'>
중앙일보 <"아이티 돕자" 전·현 대통령 뭉쳤다>
한겨레 <고용늘린 기업 세금감면 추진>
한국일보 <약탈·폭동·절망 뒤엉킨 '유령도시'>
기사 다 보기
▲ 한겨레 1월18일자 8면.
국민참여당은 지난 17일 서울 장충체육관 창당대회에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을 초대 대표로 선출했고, 천호선 이백만 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등을 당 최고위원으로 선출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행사 열기를 더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대표가 행사를 축하하고자 참여했지만,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는 참여당 출범을 바라보는 제1야당의 시각이 담겨 있다.
경향신문은 18일자 6면 <참여당 창당…'야 연대' 힘줄까 힘뺄까>라는 기사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뿌리를 같이해 지지기반이 겹치는 민주당은 야권 연대에 금이 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도 4면 <친노중심 국민참여당 공식 창당>이라는 기사에서 “친노 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참여당 창당으로 야권의 분열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경향신문 "참여당 창당…'야 연대' 힘줄까 힘뺄까"
▲ 경향신문 1월18일자 6면.
주요 아침신문이 국민참여당 창당 관련 사설을 내보낸 것은 정치지형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선거구도와는 다른 ‘그림’이 나올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림의 내용이 야권 연대의 분열로 이어질 것인지, 야권 연대의 견인차가 될 것인지가 관심 사안이다.
한겨레는 18일자 8면 <"노무현 정신 계승" 국민참여당 창당>이라는 기사에서 “'야권분열'이란 우려와 '민주개혁세력의 확장'이란 기대의 엇갈림 속에 '친노 창당파'가 주도한 국민참여당이 17일 창당했다. 참여당은 이날 3000명 남짓한 당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창당대회를 열어 단독 출마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을 초대 대표로 뽑았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8면 기사에서 참여당 출범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시각을 함께 드러냈다. 한겨레는 “지역구도 극복과 시민주권 시대를 내건 참여당의 출범에 정치권은 예사롭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조문 행렬에 참여하며 '노무현 정신'에 공감한 시민들이 기존 정치세력과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안으로 참여당에 지지를 보낼 경우 야권의 주요한 축으로 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국민 참여란 '직접 소통'의 정당 문화를 실험하는 것 외에 민주당이나 진보정당과의 정책적 차별화를 통한 정체성을 뚜렷이 보여주지 못하면 '친노정당' '유시민 정당'이란 울타리에 갇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연합정치 과제 훨씬 중요"
▲ 한겨레 1월18일자 사설.
사설에서는 한겨레 시각이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참여당 출범 자체에 대한 우려라기보다는 지방선거에서 야권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한겨레는 <야권연대 당위성과 국민참여당 창당>이라는 사설에서 “정당과 일반 시민 사이의 괴리가 적지 않은 우리 정당 문화에 비춰 볼 때, 이들이 표방하는 '참여정치와 소통실험'은 분명 주목할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책노선으로 볼 때 굳이 독자정당을 만들 명분이 뚜렷한지는 다소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노무현 정신 계승의 적통'을 주장할지 모르겠으나, 범노무현 세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 가운데서도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등은 국민참여당과 거리를 두고 있다”면서 “특히 야권 분열이 심화돼 당면한 지방선거 등에서 여권을 견제하는 데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연합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우리 현실에서는, 평소에 경쟁을 벌이더라도 정권 평가 성격이 담긴 큰 정치일정을 두고서는 큰 틀에서 힘을 모으는 연합정치의 과제가 훨씬 중요하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독선·독주에 따른 국정 파행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지방선거가 넉달 반 앞으로 다가온 지금 이런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군소정당 일반의 의욕과잉"
▲ 한국일보 1월18일자 사설.
다른 신문들은 더욱 분명한 어조로 참여당 출범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한국일보는 <'노무현 유지' 앞세운 국민참여당의 한계>라는 사설에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몇몇 인물이 눈에 띄지만, 지금의 정치지형에서 설자리가 마땅하지 않다는 점에서 군소정당 일반의 '의욕 과잉, 현실성 결여'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출범 단계부터 독자적 색채가 없는 만큼 과거 흔했던 야권 분열과 갈등, 봉합과 불협화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나라당의 내부 갈등에 덧붙여 정치의 불안정 요소만 하나 늘었다”고 우려했다.
세계일보도 <'친노' 국민참여당 공식 출범을 보며>라는 사설에서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구여권에서 펼쳐졌던 일련의 분당·창당쇼에 질린 기억이 생생한 국민들로선 친노정당을 보는 시선이 따뜻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 "포장마차 정치행태, 당장 좌판 접는 게 도리"
▲ 서울신문 1월18일자 사설.
서울신문은 <참여당 노무현 적자론 말고 내세울 게 뭔가>라는 사설에서 “딱한 것은 우리의 야권이다.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핵분열하듯 갈라지고는, 연대니 연합이니 하며 드잡이를 일삼는 이 야권의 행태가 대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참여당만 해도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데, 대체 민주당과 뭘 차별화하겠다는 건지 아리송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민주당의 기득권을 파고들기가 여의치 않은 인사들끼리 따로 당을 만들어 지방선거를 치르고 이를 통해 몸값이나 올리겠다는 얄팍한 계산이라면, 이는 국민에 대한 우롱이다. 그런 '포장마차 정치행태'라면 당장이라도 좌판을 접는 게 도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이제 막 출범한 정당을 향해 “좌판을 접는 게 도리”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국민참여당 미래가 어떨 것인지는 단정하기는 이르다. 단기적으로는 지방선거에서 야권 연대의 촉매제가 될 것인지, 분열의 씨앗이 될 것인지가 관심 사안이다. 중장기적으로는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참여당의 선택이 주목된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참여당 출범에 주목하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별도의 사설을 싣지도 않았다. 조선은 6면 <친노 핵심인사 주축 국민참여당 출범>이라는 기사에서 “친노 핵심인사들이 주축이 된 국민참여당이 17일 공식 출범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6면 하단에 작은 기사로 처리했다.
중앙일보는 8면 <유시민 "노무현 정신으로 돌아가자">라는 기사에서 “역시 주인공은 '유시민'이다.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참여당 창당대회. 행사 말미에 등장한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연설을 끝내자 당원 3000여 명의 대다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시민'을 연호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4면에 <친노 깃발올린 국민참여당 물 건너간 '정세균 통합론'>이라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실었다. 동아의 시각은 기사 중간 제목에 담겨 있다. 동아는 <이재정 대표 선출…“당 통합 지향 안해”>라는 중간 제목을 뽑았다.
참여당 분열의 씨앗인가, 연대의 연결고리인가
▲ 중앙일보 1월18일자 8면.
국민참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연착륙에 성공하고,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이나 후보 단일화에 나선다면 대선 판도는 달라질 수도 있다. 역으로 참여당 출범이 2012년 대선에서 야권 분열을 고착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한나라당 재집권 가능성은 커진다.
참여당은 이번 창당이 야권 연대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중심의 지방선거 연합론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다른 정당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릴 실질적인 자세를 보일 때 야권 연대의 씨앗은 싹을 틔울 수 있다.
참여당은 민주당과 진보정당을 잇는 연결고리를 자임하고 있다. 언론의 냉소적 시선을 받으며 출범한 참여당은 정치적 뜻을 이룰 수 있을까. 참여당의 시험대는 이번 지방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