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죽이고 , 정부가 방조했다" 고(故) 박지연씨 유족 "산재 인정돼야... 초기에 발견했다면..."(레디앙)
▲ 반올림이 1일 고 박지연 씨의 장례식장에서 박 씨의 죽음에 대해 "삼성에 의한 타살"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사진=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난 죽고 싶지 않아.”
“나 다시 건강해지겠다. 다시 만나자.”
고(故) 박지연 씨가 꽃다운 23살을 끝으로 생을 마감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삼성이 또 하나의 가족, 고 박지연 씨를 죽였다”고.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지난 2004년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했다. 그리고 약 3년 뒤 급성골수성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3년에 걸친 투병생활을 끝으로 지난 3월 31일 짧은 생과의 작별을 고했다.
고 박지연 씨의 입관식이 진행된 1일, 박 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유족들의 오열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우리 아가, 어떻게 갔느냐”, “말도 안 된다”며 고 박지연 씨를 애타게 부르는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하게 했다.
▲ 고(故) 박지연(23) 씨의 영정 앞에서 유가족들은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사진=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박 씨의 오빠 박 아무개(25)씨는 그를 “활발하고 건강한 아이”였다고 기억했다. 박 씨의 오빠는 “태어났을 때도 아픈 거 없이 건강했고, 다른 사람과 별반 다를 거 없이 똑같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감기조차 쉽게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했다.
이에 많은 사람이 “그가 백혈병에 걸린 이유는 삼성에서 노출된 화학물질과 방사선, 야간근무와 스트레스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유족은 병원비를 삼성 측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 등이 세상에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알리고 치료비 모금운동 등을 시작하자 그제야 지원한 것이다.
삼성 측은 그간 ‘산재신청을 포기하면 병원비는 물론 낡은 집까지 고쳐주겠다’며 산재신청 포기를 종용하기도 했으며, 지난 2008년 박 씨의 어머니가 집단산재신청을 제기하자 ‘더 이상 회사에서 치료비도 지원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올림은 “병을 준 삼성은 병원비를 주는 것으로 집단 백혈병 발병에 대해선 아무 책임도 없는데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인냥 호도하고 있다”며 “병원비를 내는 것은 원인제공자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씨의 오빠는 “유족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치료비가 걱정된다”며 “산재가 인정돼야 동생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물론 그간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림프종 등 조혈계 암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바람은 ‘산재인정’을 통해 개인질병이 아닌 직업병이라는 사실을 인정받는 것이다.
이날 박 씨의 영정 앞에서 진행된 반올림의 기자회견에서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은) 개인질병이라는데, 박지연 씨가 살아있는 동안 (직업간의 관련성을 규명) 해주지 못해서 가슴이 아프다”며 “죽어서라도 지연 씨의 명예를 회복해주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눈물 속에 진행된 반올림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삼성이 박지연 씨를 죽인 살인자”라며 “박지연 씨는 삼성이 죽였고, 정부가 삼성의 살인을 방조했다”고 비판했다.
▲ 사진=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안타깝다”고 “참담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근로복지공단이 삼성반도체 백혈병 노동자들의 집단산재신청을 불승인한 것에 대해 “노동부, 근로복지공단도 모두 삼성의 손아귀에서 자주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날 고 박지연 씨의 장례식장을 찾은, 삼성LCD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2005년 소뇌부 뇌종양(상의세포종)으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한혜경(33)씨는 “왜 지연이가 아파야 하느냐”며 “초기에 발견했다면 병원에서 해결해줬으면… 그게 안 됐으니 지연이가 아팠잖아요”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현재 박 씨를 포함해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림프종 등 조혈계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만도 9명이다. 박 씨의 죽음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반올림 측으로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등을 얻었다는 추가 제도가 잇따르고 있다.
김경미(29)씨 역시 지난 1999년 기흥공장에 입사 뒤 2008년 4월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지만 지난해 11월 끝내 사망했다. 고 박지연 씨의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 31일 김 씨의 남편이 반올림에 아내의 사망 소식을 전해왔다. 이에 제2, 제3의 박지연 씨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반올림은 향후 ‘삼성의 직업병 책임 인정과 안전하고 인간적인 노동조건 제공을 촉구하는 국제청원운동’을 확산시키며, 고 박지연 씨의 49재인 5월 19일까지 매주 수요일 삼성본관과 기흥 및 화성 공장 등지에서 집회를 개최하며 삼성반도체 공정의 문제점을 알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한혜경 씨의 말이다.
“나도 바보예요. 제가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초기에 발견했다면… 후회가 돼요. 좀 전에 (삼성반도체에 근무하는) 애들이 왔을 때 말해주고 싶었어요. 조심하라고, 검사받으라고. 이게 뭐예요. 삼성 나빠요.”
2010년 04월 01일 (목) 17:06:38
이은영 기자
밑에 사진은 프레시안에서 퍼옴
▲ 2010년 3월 31일 오전 10시 55분 백혈병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둔 박지연 씨의 나이는 불과 스물셋이었다. 유족이 박 씨의 '미니홈피'에 있던 사진을 인쇄한 현수막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이상엽
▲ 고 박 씨의 영정은 오빠인 박 모 씨가 들었다. ⓒ이상엽
▲ 고 박 씨의 외할머니가 관을 붙들고 오열하고 있다. ⓒ이상엽
▲ 고 박 씨의 사진을 들고 삼성본관 앞까지 행진하려던 반올림 회원들은 경찰의 제지에 가로막혔다. ⓒ이상엽
▲ 고 박 씨는 화장터로 옮겨져 한 줌의 재로 변했지만 그의 명예회복을 위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상엽